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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만화.애니메이션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캐릭터를 2번이나 연기한 배우들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뒤에서 바라보는 영화 관계자들의 얼굴엔 미소가 떠날 날이 없겠죠?

그러나 자칫 그것이 대중의 머릿속에 강한 이미지로 박혀 버린다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그 배우=그 캐릭터」라는 고정관념에 갇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기는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 역을 맡은 ‘마크 해밀’과 레이아 공주를 연기한 ‘캐리 피셔’. 이들은 모두 그 작품 속에서 박수를 받았지만, 그 박수 속에 숨겨진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후 도전한 작품에서 연기의 폭을 넓히지 못한 채, 실패하는 불행을 겪기도 했습니다.

 

아직 대중의 시선을 받지 못한 배우들은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를 원하고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역할 속의 테두리가 배우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낳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짙은 느낌을 주는 캐릭터를 1번도 아니고,

2번, 3번 연기하면서 기존과는 또 다른 인상을 남기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한 번만 봐도 잊을 수 없는 캐릭터를 두 번 이상 연기한 배우들”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사실이 훌륭한 연기력을 밑바탕으로 했는지… 아니면 단지 운이 좋았던 것뿐인지… 살펴보며 말이지요.



아놀드 슈월제네거= 코난, T800

전 캘리포니아의 주지사를 역임하기도 했던 아놀드 슈월제네거.

그가 맡았던 캐릭터 중. 대중의 시선에 깊게 남은 것은 단연코, ‘코난’과 터미네이터의 로봇 ‘T-800’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터미네이터2에서 마지막으로 나지막하게 던졌던 “I’ll be back”(그 말 그대로, 2015년에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네요)이란 결정적인 대사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잊을 수 없는 강인함을 심어줬지요.

아마 아놀드 슈월제네거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너무나 유명해 그런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터미네이터에 나온 그 사람이라고 하면, “아하! 그 선글라스 낀 사람?”이라 말할 정도니까요.

그런 그의 이미지가 대중들 속에 얼마나 각인되었는지를 살펴보면,
실제로 그가 주지사가 되었을 때, ‘주지사(Governor)’와 ‘터미네이터(Terminator)’을 합성한 ‘가비네이터(Govinator)’란 그만의 신조어까지 등장해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의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한 그도 단순히 ‘아놀드=T-800 혹은 코난’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이 가지고 있었던 개성으로 ‘아놀드’만이 말들 수 있던 스타성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패트릭 스튜어트= 진 뤽 피카드 함장, 찰스 자비에 교수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피카드 함장을 맡았던 패트릭 스튜어트. 그를 그 이상의 캐릭터로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을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요? ‘피카드 함장’ 역할은 그에게 있어 운명이라 말할 수밖에 없을 만큼 깊은 인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줬습니다.

그리고 단칼에 그런 이미지를 끊어버리고 만화책에 나오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도 그였지요. 그의 뛰어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안 맥켈런= 간달프, 매그니토

‘X-맨’에 출연한 패트릭 스튜어트를 말한다면, 그의 영원한 숙적이자 친구를 연기한 이안 맥켈런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는 2000년에 X-맨에서 ‘매그니토’를, 그 이듬해인 2001년에는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를 그다지 긴 간격을 두지 않고도 두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냈습니다.

놀라운 점은 그 두 명의 캐릭터는 전혀 비슷한 구석을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지요. 하지만 두 영화 모두 이안 맥켈런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을 맥켈런의 연기력을 논하지 않고는 설명이 불가능하겠지요.

 

 

키아누 리브스= 테드, 네오

키아누 리브스라 하면 ‘벤치에서의 점심’보다 충격적인 것은 없지만…
그가 연기한 인상 깊은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매트릭스의 ‘네오’와 엑설런트 어드벤쳐의 ‘테드’를 들 수 있습니다.

키아누 리브스 본인도 “테드를 맡았던 키아누 리브스, 여기에 잠들다.”라는 묘비를 꿈속에서 볼 정도로 그에게는 벗어나기 힘들었던 캐릭터였음을 인정했습니다.

단 90년대 초반까지만 그랬습니다.
1999년 그에게 한 차례 전환기가 찾아옵니다. ‘키아누 리브스=테드’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훨씬 더 인상 깊은 히어로 ‘네오’와 만나게 된 것이지요. 검은 롱코드와 선글라스, 정갈하게 정돈된 헤어스타일과 쿵푸, 공중전화를 통해 가상현실과 현실을 넘나드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면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을 만큼 멋진 보습을 연기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키아누 리브스=네오’가 되었지요.

키아누 리브스를 ‘테드’라 할지… 아니면 ‘네오’라 할지는 어떤 영화를 먼저 보고 왔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네요.

 

 

알란 릭맨= 한스 구루버, 스네이프 교수

영화를 좋아하는, 어느 정도의 나이를 가지신 분들에게 영화 역사상 인상 깊었던 악역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알란 릭맨이 연기한 다이하드의 ‘한스 구루버’를 뽑는 사람도 꽤 될 것입니다. 알란 릭맨은 그 이후로도 많은 영화에 출연해 그만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연기했지만 ‘한스 구루버’ 정도로 알란 릭맨을 상징했던 캐릭터도 드물었습니다.

한편, 젊은 세대라면 오히려 해리포터에서 그가 연기한 ‘스네이프 교수’를 잊을 수 없겠지요.

원작자인 ‘조앤K 롤링’은 해리포터를 촬영할 당시, 오직 그에게만 해리포터의 마지막 내용과 스네이프 캐릭터의 과거를 전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연기하기를 희망했다고 합니다. 그런 보람이 있었던 걸까요? 알란 릭맨의 스네이프 연기는 대성공이었고, 원작 소설을 사랑했던 팬들로부터도 소설 속 모습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졌다는 최고의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해리슨 포드= 한 솔로, 인디아나 존스, 릭 데카드

해리슨 포드 정도의 상징적인 캐릭터를 가진 배우도 흔치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스타워즈’에서 보여줬던 냉소적이면서도 나르시스트적인 성격의 운반책 모습을, ‘인디아나 존스’에서는 늘 반할 것 같은 매력적인 고고학자로,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자신의 일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 집행인의 모습으로…… 모두 해리슨 포드를 인기 스타로 만든 캐릭터들입니다.

스타워즈의 주요 멤버 중, 유일하게 그 캐릭터에서 준 이미지를 탈출하고 더 큰 경력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던 해리슨 포드. 그는 고정관념 속에 갇힌 배우가 아닌, 고정관념 자체를 즐길 수 있었던 보기 드문 타입의 배우라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리처드 딘 앤더스= 맥가이버, 잭 오닐

리처드 딘 앤더스 하면 그의 이름보다, 7년동안 TV드라마를 통해 선보인 ‘맥가이버’란 이름이 더 선명하지요. 그리고 역시 같은 TV드라마 시리즈인 스타게이트 SG-1에서 연기를 한 ‘잭 오닐’ 대령.

스타게이트는 영화에서 먼저 시작되었지만, TV시리즈로 10시즌이나 방영되었고, 2개의 스핀오프까지 제작되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받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리처드 딘 앤더스 덕분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잭 오닐 대령의 인기가 크게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요.

 

 

조니 뎁= 에드워드, 잭 스패로우

대중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은 캐릭터는 무슨 기준으로 나눠야 할까요? 가장 알기 쉬운 것은 할리우드 블루우드에서 그 캐릭터를 볼 수 있는지를 따져보면 되겠지요.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술에 취한 건지… 휘청휘청 거리는 걸음걸이는 혹여 허리는 괜찮은 건지… 강렬하면서도 거친 메이크업으로 코스프레 유저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받은 캐리비안 해적의 ‘잭 스패로우 선장’

상처투성이 얼굴에 양손에는 손가락 대신 가위가… 본디지 풍의 가죽의상은 마치 현대판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는 가위손의 ‘에드워드’

이 둘을 연기할 수 있었던 ‘조니 뎁’은 배우로서 매우 풍부했던 사람이라는 이견이 없겠지요?





 

 

마이클 키튼= 비틀쥬스, 배트맨

위에서 팀버튼의 영화를 언급했으니, 팀버튼 하면 떠오르는 또 한 사람의 배우.

비틀쥬스에서는 지난친 장난과 익살스러움을 보여준 유령 역할을… 정의롭지만 어두움과 외로움을 내면에 감춘 초대 배트맨을 연기했었던 마이클 키튼. 그가 배트맨 역을 맡기 전, 보여줬던 비틀쥬스의 캐릭터가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실제로 배트맨 역에 반대하는 임원들도 꽤 있었습니다.

마이클 키튼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걸까요?

그만이 가진 최고의 능력으로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 역시 자신의 대표 캐릭터로 만들어 버리는 복수(?)에 성공하게 되지요.

 

 

제커리 퀸토= 사일러, 스팍

해외 TV드라마 히어로즈(Heroes)의 첫 시즌을 기억하시나요? 재커리 퀸토가 맡은 ‘사일러’란 역할은 악당 중 악당이라 할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극작가는 다음 시즌이 계속되어도 그를 내보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그런 재커리 퀸토가 많은 매니아 층 덕분에 오히려 약간은 불리한 심판대에 오를 수 있었던 스타트렉의 ‘스팍’ 역을 완벽하게 해내었을 때, 오히려 팬들은 환호했다고 하지요.

오랜 시간, 스팍 역을 맡아왔던 ‘레너드 니모이’ 역시 ‘재커리 퀸토’가 출연했던 스타트렉 영화에 미래의 스팍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모이’의 존재감에 절대 뒤쳐지지 않은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재커리 퀸토=스팍”이라는 확실한 인상을 충분히 심어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