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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거나 무섭거나 때론 웃긴

인류 멸망 종말을 주제로 한 최고의 코미디 영화/소설/만화 11가지

그렇게 세계는 끝났고, 인류는 멸망했다……

분명 가볍게 웃으면서 할만한 얘기는 아니지만, 일류멸망이라는 상황에서도 코미디라는 반대의 아이러니한 요소로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많은 작품들이 제작되어 왔습니다. 어떻게 이 어둡고 침침한 주제에 웃음이라는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걸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좀비, 핵폭발, 아마겟돈, 빙하기 도래 등 「인류멸망을 배경으로 한 최고의 코미디 작품 11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참고로 이번 글에서는 「아포칼립스」와 「포스트-아포칼립스」에 대한 뚜렷한 구분은 하지 않겠습니다.



  • 아포칼립스:
    대규모 전쟁, 혹은 초자연적인 사건을 통해 문명과 인류가 멸망하는 과정의 모습을 그리는 것
  • 포스트-아포칼립스:
    문명이 멸망한 후의 세계의 모습을 그리는 것

 

소설: 「The Gone-Away World」 (작가: Nick Harkaway)

The Gone-Away World난이도는 상당하지만, 도전할만한 소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어둡고 슬픈 내용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순수한 코미디 작품이 주는 웃음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코미디적인 요소를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시작부터 여려 배경의 설정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독자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산만함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읽어나갈수록 리듬이 무너지고, 집중력이 흩어져, 쉽게 책에 빠져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아마 대부분 여기에 속할 거라는……)으로 갈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의 첫 장에서는 "이 세계종말을 주인공인 내가 어떻게든 처리하지 않으면 안돼… 하지만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은 싫어!"라는 분위기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어느 순간 학원물의 분위기로 바뀌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점점 장이 넘어갈 때마다, 처음 이해한 설정과 멀어져 가니 독자는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극복하고 계속 읽어나가면, 이해 못했던 내용들의 관계가 보이기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감동과 웃음의 절정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소년과 개 (A Boy And His Dog, 1975)

소년과 개 (A Boy And His Dog, 1975)이런 엔딩도 괜찮은데?...라는 새로운 견해가 생길지도

'Harlan Ellison'의 SF소설을 바탕으로 한 1975년 작품 '소년과 개(한국 명)'는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지상에 방사능으로 인해 대부분의 여성이 없어진다는 미래가 무대인 영화입니다.

주인공 '빅'은 텔레파시를 쓸 수 있는 개와 함께 음식과 여자를 찾는 날들을 반복합니다. 그런 가운데 우연히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한 지하사회에서 사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 지하사회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 지하사회라는 곳이 말하는 개가 존재하는 것보다 더 불가사의한 곳으로, 마지막에는 예상을 깬 충격의 전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 카멧 나이트 (Night Of The Comet, 1984)

카멧 나이트 (Night Of The Comet, 1984)공포도 코미디도 아닌, 어중간한 포지션의 "인류 멸망 코미디"라는 장르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은 사라졌고, 온 세상은 좀비 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젊은 여자였다며? 당장 해야 할 일은 단 한가지! 우선 쇼핑몰 센터로 가서 내 마음껏 해보자!

영화는 인류멸망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긴장감을 느낄 수 없는 여성 자매가 80년대 음악을 배경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흔히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나이의 여자들에게는 아포칼립스란 상황조차 오락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디스 이즈 디 엔드 (This Is the End, 2013)

디스 이즈 디 엔드 (This Is the End, 2013)이렇게 훌륭한 천국(?)의 묘사가 지금까지 있었나?

세스 고런, 제임스 프랭코, 기타 호화 캐스트들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요한 계시록'이 도래한 세계를 그린 아포칼립스 코미디 영화입니다.

술과 마약, 돈, 그리고 무리를 이룬 남자들만의 허풍(?)만으로 종말을 맞이하는 이 세상에 맞서겠다는 것을 보면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할리우드식 아포칼립스야!"라는 생각이 들만합니다. 감독은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의 끝은 바로 이런 것이야!"라고 외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아포칼립스의 시작 따위는 두렵지 않아… 아니 죽는다는 두려움조차 없어질지도 모르겠네요.

 

영화: 더 월즈 엔드 (The World's End, 2013)

더 월즈 엔드 (The World's End, 2013)중년이 되어도 철없는 남자의 모습

사이먼 페그, 닉 프로스트가 출연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콜네토(코르네토) 3부작 (Cornetto Trilogy)의 3번째에 해당하는 작품 '더 월즈 엔드'

영화는 중년이 된 5명의 소꿉친구가 술집 순례를 시작하게 되면서, 마지막 장소인 '월즈 엔드'라는 술집으로 향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이들의 순례와 인류의 운명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다룬 코미디 영화입니다.

인류를 걸었다는 무거운 주제로 시작하지만, 사실은 상당히 코미디적인 요소를 느낄 수 있는 영화로, 오히려 아포칼립스란 상황 자체가 상당히 가볍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 한 몫하는 사이먼 페그만의 그 특유의 연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화: 좀비랜드 (Zombieland, 2009)

좀비랜드 (Zombieland, 2009)좀비의 규칙은 꼭 숙지해야지

사실 이 글의 주제(인류멸망을 배경으로 하는 코미디 작품)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뽑으라면, 모두 좀비 장르로 채울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다양성의 부족으로 오는 재미의 반감으로, 한결 우수한 좀비 아포캅리스를 하나 뽑아봤습니다.

「좀비랜드」는 좀비가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서바이벌 규칙을 재료로 코믹하게 다룬 영화입니다. 특이한 점은 몇몇 유명 배우를 실제 본인 역할의 까메오로 출연시키면서, 팬들에게 약간의 보상적인 측면의 연출을 의도했습니다. B급 영화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바라보면 꽤 사치스러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소설: 「고양이 요람」 (작가: 커트 보네거트)

고양이 요람 (작가: 커트 보네거트)아포칼립스는 어쩌면 누군가의 자존심으로 발생할지도

'고양이 요람'은 「The Gone-Away World (Nick Harkaway: 닉 하커웨이)」와 마찬가지로 어둡고 슬픈 이야기를 코미디로 커버한듯한 느낌의 작품입니다.

작품의 시작은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펠릭스 회니커에 대해 조사를 하는 저널리스트의 모습을 그리는 것으로 합니다. 저널리스트는 펠릭스 회니커에 대한 조사를 하던 중, 그가 실온에서도 '물을 얼릴' 수 있는 '아이스-9'이라는 이른바 얼음의 씨앗이라는 것을 개발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아이스-9'은 어느 독재자의 존엄사에 이용되지만, '아이스-9'을 이용해 얼음이 된 몸이 사고에 휘말려 바다에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바다는 순식간에 얼게 되고, 생태계는 파괴된다는 내용입니다.

작가 '커트 보네거트'는 멈출 줄 모르는 터무니 없을 정도의 전개를 통해 이야기의 허무주의를 높였고, 등장 인물들의 관계성을 그렸으며, 그것을 통해 전체를 재미있고, 슬픔감정을 모아 정리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타임

어드벤처 타임이 멋진 세계는 방사능이 원인

본 작품은 '카툰 네트워크'에서 방송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우 랜드'는 동화 속에서 나오는 듯한 귀여움을 가지고 있지만, 실은 '버섯전쟁'에서 핵폭탄이 폭발한 후, 방사능의 부작용으로 마법이 부활한 세계를 그린다는 설정입니다.

그런 세계에서 주인공 '핀'은 마법의 힘으로 몸의 크기와 모양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개 '제이크'와 함께 해학적이면서도, 어둡고 예측할 수 없는 모습을 그려 나갑니다.

 

소설: 멋진 징조들 Good omens (작가: NEIL GAIMAN)

멋진 징조들 Good omens (작가: NEIL GAIMAN)천사든 악마든, 약간은 얼빠진 모습에서 매력을

가까운 장래에 일어나게 될 아마겟돈에서 악마 군대를 이끌고 신에 맞서는 '적 그리스도'.

그러한 '적 그리스도'의 운명을 받고 태어난 아기를 천사와 악마가 맡게 되면서 생기는 해프닝을 다룬 작품입니다.

그러나 사실 악마와 천사가 '적 그리스도'라고 믿었던 아기는 병원에서 바뀌게 된 평범한 아기에 불과했고, 진짜 '적 그리스도'의 운명을 받은 아기는 숨겨진 자신의 진짜 힘을 모른 채 평범하게 살아가다, 아마겟돈의 날이 점점 다가오면서 '적 그리스도'의 힘에 눈을 떠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포칼립스를 무대로 한 천사와 악마의 좌충우돌 코미디를 볼 수 있는 이 소설은, 2003년 BBC의 「The Big Read」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밑도 끝도 없이 지구 파괴를 바로 눈앞에 두니 약간은 당황스럽네요

더글라스 애덤스의 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은하 고속도로 건설 예정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일단 초장부터 지구를 파괴해버리는, 아포칼립스를 운운하고 있을 틈도 없을 만큼 무자비한 전개를 진행합니다.

지구인보다 돌고래가 영리하다는 설정, 친구가 사실은 외계인이거나, 그 친구가 은하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이드북을 만들고 있다던가…… 지구인을 꽤나 우롱한 모습으로 그리고 있지만, 그런 사실이 그리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유쾌함을 느낄 수 있고,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입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마지막 흑백 영화.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는 것을 풍자한 작품에서 가장 어둡지만, 신랄하게 웃게 되는 폭소와 달리, 잠자리에 누웠을 때, 웃음이 나오는 그런 재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슬림 픽컨스(Slim Pickens) 배우가 연기한 Kong 소령이 폭탄에 걸쳐 앉아 떨어지는 모습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강렬함으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덤으로 기타 후보 작품들:

  • 세상의 끝까지 21일
  • 레이디오액티브 드림스
  • 웜바디스
  • 헬과 8인의 미녀
  • 고스트 버스터즈
  • 도그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