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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거나 무섭거나 때론 웃긴

좀비 감염을 예상할 수 있는 방정식. 세기말에 필요한 잡지식?

"속보입니다! 지금 서울 시내 ○○병원에서 좀비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좀비는 이미 병원 밖을 탈출했으며, 일부 시민은 이미 좀비의 공격을 받았다는……"

어느 날, 이런 뉴스가 TV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면 여러분들은 어떠실 거 같나요? 아마 잠시 동안 시간이 정지한 듯 멍 해지다가, 이내 번쩍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도망갈 준비를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좀비로부터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최근 좀비 소재가 유행하면서, 이런 좀비 감염에 관한 수학적 모델이 발표되었습니다. 그 중 일부는 단순히 웃음이나 장난을 목적으로 한 것도 있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면 좀비 이외의 전쟁이나, 폭동, 화재, 유행성 바이러스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진지한 이야기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옥스퍼드 대학의 수학 전공인 '토마스 울리' 박사는 이런 연구에 대해(장난으로 발표된 것들도 포함) 공통된 결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간과 좀비 사이의 시간과 인구에 의존하는 상호작용'에는 주목하고 있지만, 지리적인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울리 박사가 중심으로 이뤄진 팀이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면, '좀비는 기계처럼 직선이나 정해진 약속대로 균일하게 움직이는 않습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질질 끌며 돌아다니는 좀비들의 모습을 좀더 현실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울리'박사 팀은 좀비는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즉 인간과 좀비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좀비 집단이 처음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곳은 무덤이나 병원 등 죽은 사람이 있는 곳일 거예요. 거리는 떨어져 있지만, 인간과 좀비가 처음부터 전혀 다른 공간에 있는 것은 아니지요. 사람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달리고 도망치고 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좀비는 무서운 존재가 맞지만, 민첩하지 않다는 것은 기술된 문서를 통해 충분히 뒷받침 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경고를 하거나, 좀비를 물리치고 인간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어된 장소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비가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우리에게 다가오는지를 아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면 몸을 지키기 위한 방어구나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좀 전에 분명히 좀비의 움직임은 일정하지 않은 걸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부분에서 '울리'박사는 확산(더 자세히 말한다면 Random Walks)이라는 물리학의 원리에 주목한 거 같습니다. 이것은 물리학의 개념이지만, 생물학이나 과학분야에 비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분자처럼 퍼져나가는 좀비들

위 그림은 처음으로 발생된 좀비 그룹이 왼쪽에 모여 있다가 서서히 확산되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균일한 이 아닌' 임의의 움직임이 좀비를 흩어지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확산'을 좀비의 움직임에 적용시켜, 연구자들은 다양한 시간과 장소에서 좀비 밀도에 대해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아래 그림이 최초의 좀비가 원래의 위치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 좀비와의 거리, 10제곱미터 당 1분간의 확산을 나타낸 것입니다. (시간은 분 단위입니다.)

 

생각보다 시간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좀비와의 거리가 90미터이고, 100제곱미터의 확산율이라면, 26분 정도에 최초의 좀비가 당신에게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수학적인 생각으로 왜 좀비에 맞서지 말고, 쏜살같이 도망가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와 좀비 사이에 2시간의 거리가 있다면, 실제로 좀비가 우리에게 도달하는 것은 대략적으로 따져도 무려 4시간 뒤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좀비의 움직임을 절반으로 늦추려 한다면, 좀비와의 접촉 시간은 2시간 밖에 남지 않게 되지요.
우리는 가능한 좀비와의 만남을 늦추고 싶을 때에는 좀비를 쓰러뜨리거나, 발걸음을 늦추는 것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고, 전력으로 도망가는 편이 좋습니다. 전기톱 같은 무기가 없거나 머리를 파괴하지 않는 한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좀비를 죽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물론 이것은 일시적인 생존방법일 뿐이에요. 결국 위 수학계산대로라면, 어떤 장소든 나중에는 좀비에 둘러 쌓이고, 피해의 수도 확대되겠죠. 그렇게 되면 식량과 물자가 다하기 전에 구조가 오는 것만을 기도하며 살아 남아야 할지 모릅니다.

참고로 '울리'박사는 좀비 습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습니다.

"어쨌든 장애물을 많이 설치해, 어떻게든 좀비의 움직임을 늦추게 해야 합니다."

위에 설명했던 표를 다시 한번 살펴보니, 안경 없이는 당장 눈앞에 모니터 글도 볼 수 없는 저 같은 경우, 안경이 부서진 상황에서 육안으로 좀비를 확인했을 때에는 이미 어디 한곳은 상납한 상태겠네요. 혹은 냅다 도망쳤다고 해도, 아마 지금의 몸 상태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울리'박사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준비'라는 것은 물질적인 준비가 아니라 '마음의 준비'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