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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거나 무섭거나 때론 웃긴

한국의 동장군과 영국의 서리 요정 잭 프로스트

한국에서는 추운 겨울 한파가 심한 날이면 "동장군이 찾아왔다"는 표현을 쓴다. 이는 폭설 등을 끌고 오는 시베리아의 찬 바람을 의인화 하여 표현한 것인데, 이 말에도 다음과 같은 어원이 있다.

북쪽에 있는 광대한 대지의 러시아는 겨울이 되면 참기 힘들 정도의 기후로 변한다. 따라서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 나라 중에는 그 추위 때문에 공격을 포기하거나 실패했다는 역사가 남아있기도 하다.

동장군의 이름이 가장 먼저 사용된 적은 1812년 러시아 전쟁에서 프랑스 군이 패배했을 때이다. 당시 영국 기자는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군을 괴롭힌 한파를 가리켜 "General Frost"라 표현했던 것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러시아의 이 무서운 추위도 약점이 있었으니 익숙하면 소용이 없다는 것! 실제로 러시아는 13세기 몽골 제국의 침공을 허락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본고장인 러시아의 '동장군'은 당시 적에게 있어 너무 무서운 것이었지만, 한국에서 사용되는 경우는 어디까지나 추위를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서리가 내리거나 첫 눈이 관측될 때 나오는 말로 비교적 친근한 느낌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 '동장군'과 비슷한 특징을 가진 요정 전설이 잉글랜드에도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서리 요정 잭 프로스트.

해외에서 전해지는 요괴들의 이름에는 유난히 '잭 XXXX'란 형태가 많이 존재하는데 (예: 잭 오랜턴, 잭더리퍼 등) 여기서 '잭'이란 한국에서 말하는 "철수(흔한 이름)"나 "아무개(어떤 사람을 구체적인 이름 대신 이르는 인칭 대명사)"와 같은 것이다.

잭 프로스트의 모습은 전설에 따라 다양하다. 요정답게 아이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있고, 설인 같은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공통된 점은 몸이 눈과 얼음으로 되어 있으며 눈바람을 조종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잭 프로스트도 처음에는 민속 이야기 중 하나였지만, 19세기 창작 소설에 등장하게 되면서 유명해진 것 같다. 아직도 전설이 남아 있는 지방에서는 겨울 추위가 심해졌을 때, 잭 프로스트가 날뛰고 있는 탓이라고 말하며 그가 머문 곳은 서릿발이 불어 겨울철 창문에 얼음과 서리가 꽃처럼 붙는다고 한다.

겨울철이 되면 추위에 코와 귀가 아픈 것도 잭 프로스트가 사람의 피부를 잡아당기고 있는 탓이라 말하며 평소에는 가벼운 장난을 즐기지만, 화나게 만들면 사람을 얼려 죽음에 이르는 무서움을 보이기도 한다고들 한다.

이미지는 19 세기 미국 남북 전쟁 때 그려진 잭 프로스트이미지는 19 세기 미국 남북 전쟁 때 그려진 잭 프로스트

 

실제로 19세기 미국에서 일어난 남북전쟁 때, 양쪽 진영을 괴롭혔던 겨울의 한기를 표현한 그림에 등장한 잭 프로스트는 무서운 '동장군'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